Human Order


인간질서




Gimhongsok
김홍석
Human Order is a gesture of efforts which demonstrate that the concepts of “completeness” and “completion” established by humans are merely a temporary social consensus, and

in fact lack philosophical and practical value. Instead, the project aims to reflect on other forms of gestures — including an arrangement of worthless objects, meaningless forms, incomplete thoughts, unnecessary concepts, abstraction against universality, difference without distinction, and politics in denial of reality.

The majority of professional fields we have accepted and developed in our society to the present has evolved based

on the goal of achieving freedom, development, progress, anthropocentrism, equality, and securing rights. Through these changes, we praised ourselves for putting our best efforts forward despite the trials and errors along the way. From the smallest details to the overall big picture, what we tried to protect was something positive rather than negative, open rather than closed, and on the bright side rather than the dark. However, these eventually transformed into power, and in order to maintain their place, they began to solidify their system of rules and values more rigidly than ever from top to bottom in every part of the structure.

What about art? Art since modernity has relentlessly challenged, questioned, and experimented with every possible value system in the world. However, haven’t we examined

art only within the category of art itself? Who can deny that we have completely convinced ourselves to believe that art fundamentally relates to beauty and that all sociopolitical art stems from true and genuine artistic practices? At the same time, are we not aware of the fact that beauty is only an illusion and that reality is never the past?

Human Order is a project focusing not on the things that are “not,” but on those that follow prefixes such as “a-,” “in-,” or “anti-.” When we start believing that the values we once trusted can no longer protect us, we are bound to question the values and order of the status quo. Even as a passive rebellion, shouldn’t we begin by rejecting and escaping existing concepts?

This project consists of multiple parts, the first of which is “Painting the Wall,” a work that challenges the concept of completion by determining what is complete with an incomplete state. The work is accompanied by “The Room of Light,” an immaterial artwork presented in light and text; the sculpture “Fruit,” an incomplete work due to its perishable state; as well as “Plastic Bag,” exploring the supplementary and humble, yet independent material. The project also includes a group of human figures in “Styrofoam,” made from the temporary and unstable material, and “Desks,” which have lost their owners.

Although these works may not effectively overthrow the existing system of rules and values that were imagined and developed by humans, they nevertheless create a level of discomfort and disruption in the existing order. What Human Order proposes may help us escape our current state of “facing a wall” and “living in a present steeped in the past,” but it could also be a disruptor that enforces just another framework of imagination and values.


<인간질서> 프로젝트는 인간이 만들어 낸 ‘완전함’, ‘완성’의 인식이 임시적, 사회적 합의에 그칠 뿐 특별히 존중받을 만한 사유적, 실천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한 제스처를 보여준다. 무가치한 사물의 배열, 무의미한 형태, 불완전한 사상, 불필요한 개념, 보편성을 거부하는 추상, 구분을 긍정하지 않는 차이, 현실존재를 부정하는 정치와 같은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제스처들이다.

현재까지 우리가 수용하고 교육하던 다수의 전문적 분야는 사실 동일한 목적, 즉 자유, 발전, 진보, 인간중심, 평등, 권리확보 등을 전제로 하면서 변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서 시행착오적 실수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한 우리들의 모습을 서로 격려하며, 우리가 이루어 낸 것들을 보존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주 세세한 부분부터 커다란 구조까지 우리가 지키려고 한 것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고 폐쇄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고 어둡기보다는 밝았다. 이런 것들은 권력이 되고 권력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세세하고 커다란 부분까지 그 동안 이루어낸 확고한 인식체계와 규칙들을 단단하게 다지게 되었다.

미술은 어떠할까? 근대 이후 미술은 세상의 어떤 가치도 의심하지 않은 부분은 없을 만큼 무수한 실험과 도전을 해왔다. 그러나 미술을 수용하는 우리는 미술을 미술이라는 범주에 항상 가두어 두고 관찰하지 않았던가? 미술이 아름다움과 관련이 깊다는 인식, 현실에 참여하여 행동하는 미술은 거짓이 없는 참된 미술적 실천이라는 믿음과 같은 것에 대해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움이란 허상이고 현실은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또한 자명하게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 질서> 프로젝트는 ‘…하지 않은’, ‘가 아닌’, 不, 未, 反과 같은 접두사를 포함한 표현에 집중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어왔던 가치가 우리를 더 이상 지켜주지 않다는 믿음이 생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의심할 수 밖에 없고 부득이 소극적인 대항이라고 해봐야 기존의 관념을 부정하고 탈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프로젝트는 완성이라는 인식에 대항하는 미완성의 상태를 완성이라고 결정하는 <벽 칠하기>작품과 빛과 문자로 이루어진 비물질적 작품인 <빛의 방>, 보존이 불가능하여 불완전한 상태를 가진 <과일> 조각, 비주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사실상 하나의 독립적인 보조적 재료인 <비닐봉지>에 담긴 수많은 사물들, 임시적이고 고정적이지 않은 재료인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진 인간군상들, 그리고 주인을 잃은 <책상들>로 이루어진다.

이 작품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기존의 상상의 규칙과 인식의 체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보편적 질서의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고 수용이 불편한 것임은 분명하다. <인간 질서> 프로젝트가 제안하는 내용이 현재 우리에게 닥친 ‘벽을 마주한 상황’과 ‘과거에 잠식된 현재’에서 벗어나게 할지도 모를 일이며, 단순히 기존의 체계를 비틀 뿐 또 다시 하나의 상상과 인식의 틀을 강제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